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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사랑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철학이 있는 섹스2. 깨어있음

여성이 오르가즘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섹스를 연주나 노래라고 인식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섬세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 혹은 아주 정교한 악보를 노래하는 것.

 

설령 이런 인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성이 남성과의 관계에서 오르가즘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 상대 남성은 이미 훌륭하게 섹스를 연주나 노래로 (무의식적으로, 선험적으로, 몸으로) 인지하고 행위하는 천부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섹스를 하는 남성은 모두가 이를테면 뮤지션이란 얘기다. 전문용어로 탄트리카. 이런 인식이 과거의 나에게는 없었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모르는 채로 오래 살아서 억울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엄청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들은 노래하기 전에 "감정을 잡는다." 이건 무슨 말이냐면,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음악은 수학이다. 정확하게 장단고저와 박자를 맞춰야 한다. 가장 이성적인 정밀함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 음악은 정서와 감정 느낌의 표현이다. 가장 감성적인 몰입을 요구한다. 그래서 가수는 노래 부르기 전에 감정을 잡는다.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 감정 속으로 스스로 빠져들어서 정확하게 장단고저와 박자를 맞추며 가장 수학적인 소리의 조화를 표출한다.

섹스는, 좀 더 좋은 섹스는 혹은 오르가즘은 남성에게 이런 가수와 같은 몰입을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몰입하고 한편으로는 깨어서 살피는,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활동하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섹스는 둘이서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조화가 기본이다. 하지만 역할이 조금 다르다. 여성은 받아들이고 남성은 들어간다. 나는 여성이 아니어서 여성에 대해서는 경험한 바가 없으므로 말을 삼가고, 그저 들어가는 자로서의 예의나 자세 역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조금 말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남성에게 섹스는 일종의 연주나 노래라고 말하는 게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수동적인 존재로 낮추어 보는 시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성이 자기 흥분 자기 감정에만 사로잡혀 몰입하면 상대인 여성을 살필 수 없다.

몰입하되 깨어있어야 한다는 건, 여성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나 혼자 흥분해서 나 혼자 좋고 쉬이 끝나버리지 않기 위해서 남성은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한다. 또 흥분이나 몰입도 없이 그냥 깨어 있기만 해서는 그게 좋은 섹스가 될 수가 없다. 일이다.  

 

나는 어릴 때는 너무나 낭만적(나에게 낭만적이란 말은 미숙하다와 거의 동의어다)으로만 생각해서, 섹스를 할 때는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성이 살아 있는 건 그러니까 섹스를 하면서도 깨어 있는 건, 상대 여성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너를 만질 때 너에게 완전 흠뻑 빠져....정신을 차릴 수 없어....이래야 진정한 섹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오류가 아주 늦게야 수정되었다.

문제는 뭐냐면, 나의 경우 먼저 생각을 수정해서 섹스가 바뀐 게 아니고, 섹스가 먼저 바뀌고 나서야 아! 오류였구나라고 나중에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처럼 우둔한 사람은 뭐든지 몸으로 직접 경험을 해야만 깨닫게 된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했던가!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여러 가지를 꼽아 말하겠지만(공자님은 군자삼락이라고 해서 학이시습지니 유붕자원방래니 득천하영재이교육지니 하는 것들을 꼽으셨다. 구린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섹스다.

오직 홀로 선 이 세상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단 한 사람, 내 인생의 짝을 만나 살과 살을 부비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 내 존재가 온우주로 빅뱅하여 펼쳐지는 순간.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섹스다.

 

수준 높은 섹스를 위해 그 순간, 남성은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음의 반대는 사로잡힘이다. 동물적인 흥분으로 성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보나마나 조루다. "제대로 하지도 못 할 거면서 왜 귀찮게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에 딱 좋다. 그러니까 말똥말똥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가지고 발기가 되나요? 흥분해야 서지요." 그렇다. 발기력의 문제가 있다. 흥분해야 선다. 그러니 발기하기 위해서는 흥분이 돼야 하고, 흥분을 하면 이성을 잃고 사로잡히게 된다는 딜레마가 있다.

여기서 잠깐. 남성의 발기 메커니즘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서 잠시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이삼십대 한창 때의 남성들은 수시로 발기한다. 통제불능이다. 종족보존을 위해 신이 심어 놓은 코드라서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스개소리로, 그 나이 때는 전봇대에 치마 둘러놓은 것만 봐도 선다는 얘기가 있다. 안 서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체접촉이 있으면 무조건 발기하게 돼 있다. 추행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러는게 전혀 아니다.

뜻대로 되지 않고 제멋대로 아무데서나 아무때나 서대는 성기가 젊은 남성에게도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현상이라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내가 나이 들어서 여성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확인하게 된 건데 남성들의 이런 성적인 특성을 알고 이해하는 여성이 거의 없어서 나는 적잖이 놀랐다. 

 

당장 잘 안 되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천지차이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

한편으로는 충분히 흥분해서 몰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피고 위하면서 그이의 호흡에 나를 조절하여 맞추는 것.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섹스를 하는 남성의 모습이란 걸 머리 속에 딱 집어 넣어 둬야 한다. 기준이 있어야 평가도 할 수 있고 훈련도 할 수 있다.